07.04-07.10. 라밧
ISA 5th forum..이라는 학회에 참석할 겸 모로코에 다녀왔다.
모로코까지 가는게 맞는지에 대해 거의 한달 전부터 계속 고민했다. 학교에서 거의 전액 지원을 해주긴 했지만 뭐랄까..탄소배출? 그리고 두바이를 경유해 간다는 점?(6월 말에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도하까지 퍼져서..) 등등 다양한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북아프리카에 가보고픈 마음은 컸고..또 한국의 대학원 생활에 너무너무너무 지쳐 있었어서 다른 나라 대학원생들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한 마음에 가기로 결정했다.

언어를 모르는 국가에 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어서 긴장됐고..기초 아랍어ㅋㅋ영상을 한참 보다 갔음


그렇게 새벽 4시쯤 도착한 두바이 공항은 정말..자본의 향이 나고 모든 것이 비싼 공간이었다..어떻게 새벽 4시에 가게들이 다 열려있을 수 있지? 허브 공항이라면 그래야 하는걸까..그리고 저 병 밀크티가 만원이었다


비행기에서 본 북아프리카 풍경은 생경했다(아마 저 사진은 튀니지-알제리 사이 어딘가쯤..). 끝없는 건조지대가..카사블랑카 공항에 내려서 라밧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공항역으로 갔다. 공항역은 공항 지하에 있었고 공항이 작아서 정말 금방 이동할 수 있었다. 기차가 해리포터 기차?처럼 복도가 있고 객실이 있는 형태였는데, 복도가 좁아서 캐리어를 끌기 난감해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같이 들어주고 도와주심..다들 정말 친절했다 차가운 *새끼들의 도시 서울과는 달리..심지어 캐리어를 머리 위 선반에 열심히 올려주시고 꺼낼 때도 우르르 와서 도와주시고ㅠㅠ..꺼낼 때 도와주신 아주머니의 미소가 잊히지 않음 뭔가 어리버리한 어린 외국인처럼 보였던걸까.. 카사블랑카에서 라밧까지는 한시간 반 정도 걸렸고 기차를 한 번 갈아탔다.

라밧 역 앞 풍경! 야자수가 있었고 거리가 뭐랄까..엄청 깔끔했다. 모로코 특유의 깔끔함이 있는데, 티끌 없이 깨끗한 그런 느낌이 아니라 모래도 있고 쓰레기도 있지만 건조하고 바람도 잘들고 햇살도 맑아서 깨끗한 느낌이 나는..ㅋㅋ그런 느낌이 있었다. 모로코 다니는 동안 내내 그런 느낌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근데 방은 지저분해서 슬펐음. 정말 힘들었다..아 일단 완전 시내였는데 나프탈렌 냄새가 너무 심해서 머리가 아팠고 반지하라 진짜 습했음..화장실 천장에서 녹물같은 거 새고 샤워할때 자꾸만 몸에 떨어지고..콩벌레도 많고..바퀴도 나오고..아 하여간 라밧에 가면 1박에 5-6만원이어도 이런 숙소이니 그냥 아예 비싼 호텔에 가세요 수도 물가란 어디든 정말..그치만 집주인분이 친절했고 집주인분의 손녀가(어린이셨음) 뭐 물어보러 한두번 찾아오셔서 왠지 좋았다. 그치만 이틀밤 자고 나프탈렌 냄새때문에 못버티겠어서 다른 숙소로 옮겼다. 좀 구시가지의 민박 같은 곳으로..그곳은 침대에 개미가 많고 변기에 민달팽이도 앉아있었지만 건조하고 바람도 잘 들고 좋았다. 또 완전 메디나(구시가 전통시장 같은거?) 골목에 있었는데, 메디나 위험하다고 (모로코사람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랬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민박 주인이 없어서 잠긴 문 앞에 쪼그려 있었더니 주변에서 놀던 사람들이 자기가 앉아있던 의자도 주고 민박 주인한테 전화도 여러 번 해주심..잘은 모르겠지만 여행자에게 위험한? 동네는 전혀 아닌 것 같았다. 가본 모로코 대부분의 지역이 모두..
숙소 침대에 누우면 보이던 모습..주기적으로 이런 이슬람적? 모먼트가..새벽에도 정해진 시각에 울리길래 다들 잠을 자지 않는걸까 궁금했다..모로코는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도 유연한 편이라고 들었는데(히잡 쓰지 않은 여성분들도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굉장히 종교적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술이 없어 술이..
숙소를 옮기고 어쩌구 하는 와중에 라밧 도착한 다음날에는 학회에서 발표했다. RC49 Mental Health 에 속해 있었고, 내가 발표하는 타임에는 젠더 관점에서 정신질환을 탐구하는 발표 3개가 묶여 있었다. 학회장은 Mohammed 5 대학이었는데 유럽 대학처럼 캠퍼스가 그 지역에 넓게 흩어져 있어서 캠퍼스 사이에 셔틀 택시?를 타고 다니게 되어 있었다. 대학 뭐랄까..시설이 좋은 건 결코 아니었지만 깔끔하고 예뻐서 좋았다. 30도쯤 되는 날씨었는데 에어컨이 없었고 화장실도 간이화장실이었다ㅋㅋ꽤나 열악..



캠퍼스 계단에 앉아서 본 풍경이랑 캠퍼스 가는 길에 본 고양이..모로코에는 고양이가 정말정말 많더라 대체로 좀 마르고 꼬질이들이기는 했지만..비둘기만큼 고양이가 많고 다들 고양이한테 잘해주는지 고양이들이 사람에게 살갑게 다가와서 신기했다.






아무튼 발표를 하러 갔고..발표장에 섭식장애를 연구하는 분께서 관심을 보이며 인사하셔서 반가웠다. 발표 잘 하고~ RC 분들이랑 인사하고 뭐 어쩌구..


이후에 우리 과 다른 분 발표 들으러 종교 세션에 갔는데 남미 학자 분들이 굉장히 신기한..퇴마와 정신의학의 관계성이라거나 그런..주제의 발표를 하셔서 재밌게 들었다. 길가다 말 튼 난징대 분과도 친해지고 서로 발표도 듣고, 좋은 연구를 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다. 5일정도 되는 학회 기간동안 매일 학회장에 가서 이것저것 들었는데, 많이 배우고 또 좋은 대학원생 동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교차성 세션에서는 젠더 수행성 관련해서 독일 IS 가담 여성을 연구하는 독일 연구자분과 서로 연구물을 공유하기도 했고, 또 우연히 crip theory에 관심 있는 박사과정생들 몇명을 만나서 모여서 수다떨고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정신질환 세션 사람들과도 연구 얘기를 많이 하고, 저녁에 따로 몇 번 밥도 먹었다.
ISA가 진입장벽이 낮다고 ASA가 더 의미 있다는 얘기를 한국에서 많이 들었었는데 사실 그게 단점이 될 수 있는건지 나는 모르겠다. ‘좋은’ 연구라는 것이 한국에서는 너무..뭔가 잘 팔리는 연구질문과 화려한 방법론 같은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ISA와 같이 여러 로컬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학회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방법론으로 연구하는 걸 보고 정말정말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그냥 북미 사회학계를 선망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너무 경쟁적이기도 하고 읽었을 때 정말 이 주제에 관심이 커서 오래도록 몰두했다는 느낌이 드는 연구가 흔치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또 이론화나 일반화, 도식화 등등에 꽤나 집착한다는 생각이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하여간 좋은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칭구들도 많이 사겼고 이런 고민들을 같이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런 얘기를 박사생들끼리 터놓고 한 경험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간간히 라밧을 둘러보기도 했다. 메디나에서 조금 걸어가면 Rabat Ville 역이 있었는데, 그 근처는 정부기관이나 박물관, 미술관이 많고 거리가 엄청 깔끔했다. 예쁨..
걷다가 서점들이 보이면 한번씩 들어가 봤는데, 서점마다 팔레스타인 해방 관련 코너가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불어 잘 못읽지만 한 권 샀음..라밧 대학의 모 교수(모름..)가 쓰셨대서 라밧 온 기념으로..팔레스타인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다고 느껴졌다. 길 걷다 보면 가게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붙어있다거나. 아랍 민중과 아랍 정부의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랍 민중들이 답답해한다는 글을 얼마 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모로코는 어떤지 궁금했다. 아마 모로코 정부도 별다른 입장을 안취하고 있겠죠? 여행하면서 아랍권의 정치와 문화가 궁금하다고 자주 생각했다. 팔레스타인 문제 이외에는 정말 잘 몰라서 좀 부끄럽기도 했고..


길 걷다가 레몬 아이스크림 사먹는데 옆에 가던 아저씨가 장난쳤음..뺏어가려 했음..이 동네 아져시들 모종의 터키아이스크림 아저씨 바이브가 있다..택시 탔을 때도 내가 폰으로 지도 보여드리니까 자기가 들고 보면서 운전하겠다고 한참 보시고는 내릴 때 이거 내껀데? 하신다거나ㅋㅋㅜㅜ웃겼음..어이없네 내놔요..이런 친근한 느낌이 싫지 않았다. 택시 합승도 정말 많이 해서 택시타고 가다보면 중간에 모르는 사람들이 뒷자리에 꼭 타고ㅋㅋ합승할 때 돈 계산을 어떻게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미터기보다 더 내라 한 적은 없었다. 자기가 길을 돌아온 것 같다고 깎아주시긴 했어도..그리고 라밧은 교통이 잘 돼있는 것 같았다. 버스도 트램도 있고 기억으론 트램은 7디르함..? 1050원 정도고 버스는 4디르함이었다(600원). 그치만 물가가 그렇게 싸진 않다 전반적으로..수도라서 그런걸까 다른 지역은 훨씬 싸던데..서울 물가의 6-70%정도라고 느꼈다.


발 가는대로 걷다가 현대미술관이 보여서 들어갔는데 전시된 작품은 많지 않았지만 좋았다. Dans mes bras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왠지 좋았다. 누가 안아주길 바랬나봄..아 그리고 모두가 기본적으로 아랍어를 쓰지만 불어를 하면 안통한 적이 없었고 모든 안내판에 아랍어, 베르베르어와 함께 불어가 써있었다. 공용어가 3개면 표지판 만들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자꾸만 치대던 고양이와 뭔가 예쁜 주거지 모습
모로코는 인구의 7%정도가 카톨릭이라고 한다. 라밧에 대성당이 하나 있어서 갔는데 묘하게 이슬람 양식도 보이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성당에 오랜만에 가서..성전에 한참 앉아있었는데 관리하시는 분이 와서 너 괜찮니? 하고 걱정하셨다..더워서 그래요


어느 날 오전에는 바닷가에 구경갔다. 바닷가에 Kasbah des Oudayas라는 요새가 있고 그 근처에 하얀 페인트칠을 한 마을이 형성돼 있었다. 바다는 예쁘고 마을은 평화롭더라..그리고 카페에 갔더니 환대의 의미로 펄펄 끓는 민트티를 주셨다…바닷가 바람은 습하고 동시에 시원했다.




이리저리 구경도 하고 학회가 마무리되는 날이 됐다. 남은 기간에는 다른 지역을 보고 싶어서 다시 세시간쯤 기차를 타고 페즈(Fez)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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