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겸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아직 오사카에 있음..오사카는 조용한 인간에게는 최악이다..번화가만 다녀서 그런건지 아님 내가 계속 조용한 도시만 돌다 와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니는 모든 공간이 홍대입구역 9번출구 앞같다..
이번 여행은 드물게 인복(?)이 있었다. 5박6일의 일정 중 4박을 여기저기서 에어비앤비로 묵었는데 대체로 하숙집들이어서 집주인분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할머니댁 간듯한 기분을 느끼다 왔다. 교토나 나라는 길게 머물기 좋은 도시들처럼 보였다. 길게라는건..한두달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의미의..일단 일본의 도회지들 중에서 드물게 한적하고 여유롭고 사람들도 뭔가 느릿느릿해서 일본어 더듬어도 기다려주고..도쿄나 다른 도시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끼다 왔다. 또 큰 도서관이나 성당이 있다는 점에서도 살만한 것 같다. 나중에 일본어실력 향상을 위해 일본에 길게 머물 생각이 생긴다면 교토나 나라로 올 것 같다. 사실 이번 여행은 학회 차 다녀온거라 뭔가..우울하거나 생각을 많이 하거나 할 틈도 없었다ㅋㅋㅠㅠ그리고 사람을 많이 만나서 혼자 보낸 시간 자체도 적었고..
첫 이틀은 학회 일정을 위해 교토시의 국제회관 역 근처 한적한 민가에 있는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다. 나는 아침 비행기로 가고 같이 묵는 동료들은 저녁 비행기로 오는 탓에 체크인까지 텀이 좀 생겨서 혼자 교토 시내를 돌아다녔다. 도쿄 위주로 다니다가 교토 가니까 물씬 한적한 느낌이..

니죠(二条)성도 가고..우리 종로1가 2가 하는 것처럼 일본도 중심가를 1조 2조 이렇게 분류하는 것 같았다. 근데 사실 일본 성은..진짜 멋지긴 한데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봐서 별 감흥이 없다. 건축이나..그쪽으로 잘 알면 성들을 보는게 좋은 기회일텐데 식견이 없어서..그냥 나무성인게 신기하다 정도?


니죠성
돌아다니다가 교토문화박물관을 발견해서 들어갔는데 전시가 그닥 좋지는 않았다. 문서류 전시가 많고 번역도 거의 없어서, 일본어 독해가 느린 사람에게는 좀 고역이었다…무라사키 시키부 동상이 있었다 근데 전시를 대충봐서 안에 겐지모노가타리 관련 내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로비에 있었음..

여행할 때 하루 한끼는 맛있는걸 사먹자 주의인데 근처에 비건라멘집이 있다길래 한국에서 예약해서 갔다. Vegan ramen UZU라는..무슨 미슐랭 어쩌구였는데 엄청 화려하고 파인다이닝스러운 인테리어..라멘이랑 비건스시가 있었다. 비건스시 몇번 먹어봤지만 이런류의 pressed 스시? 처음이라서 신기했다. 맛은..비염때문에 잘 모르겠심ㅜㅠㅜ비염 치료를 빨리 받아야 하는데..가격은 라멘 1600엔정도 했던 것 같다. 일본 물가치고는 비쌌는데 그냥..여행온 기분 내려고 먹어봤다. 근데 너무 뭐랄까..오리엔탈리즘적인..느낌이 있고 백인들이 너무 밝은 표정으로 기뻐하며 먹고 있어서 기분나빴다 ㅈㅅ


콩이 저거 된장국이냐고 했다 음식사진에 정성이 없다..
동료들 기다리느라 카페고 식당이고 계속 책을 읽어서 5박6일동안 읽으려고 가져간 책들을 첫날에 다 읽어버렸다. 그래서 급하게 서점에 가서 전부터 읽으려했던 언다잉을 샀는데 일어버전이라 개느리게 읽고 있다..한국어판 표지도 예뻤는데 일어판 표지도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좋은 책들
에어비앤비는 동료들이랑 같이 셋이 같은 거실을 공유하는 방이었는데, 이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이에서 며칠을 보내는게 처음이라 괜히 재밌었다. 서로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고..학교에서 만나는 동료들을 예전에는 좀 무서워하기도 했고(어쨌든 서로가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관계이다보니) 계산적으로 굴기도 했는데 요새는 그냥..좋은 면을 최대한 많이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같은 분야 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편하게 학술적인 대화를 하는 관계로 둘 수 있다는게 행운이기도 하고..첫날 밤에 모여서 몇시간 최근의 온갖 학술적 관심사에 대해 얘기했는데 너무 즐거워서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관계가 오래 유지되면 좋겠다고 생각..



셋 다 먹는거에 별 관심이 없어서 첫날 편의점 털자고 비장하게 갔는데 사와서 모아보니 이만큼 사왔다. 근데 같이 간 사람 진짜 좀 재밌는 것 같다. 저 던킨도너츠 인천공항에서 사온건데 둘째날 점심까지 하나씩 드시길래..뭔가 귀여우시다

동료들 기다리면서 집주인 할아버지랑도 얘기를 많이 했는데, 약 두시간동안 나에게 본인 인생 얘기를 모두 해주시더니 종국엔 my memories라는 제목의 노트를 여섯권쯤 가져와서 읽어보라고 하셨다ㅋㅋ너무웃겼음..근데 어르신과 얘기하면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은 처음이라 좋았다. 최근에 대화를 어떻게 해야할까 류의 고민을 많이 하는데..테투상은 대화의 지분 안배에 굉장히 능하셔서 배울 점이 많았다..자기 얘기 하나 하면 나한테 하나 물어보고 하여간 이것저것 얘기하느라 재밌었다. 대학생 때 한일협정(ㅋㅋㅋ) 있어서 한국 처음 가서 학생교류 했었다고 그때 이대의 한 여성분을 좋아했다고 나한테 이름까지 알려주시고 하여간..내가 이대 옆에 있는 학교 다닌다니까 엄청 좋아하셨다(대체 왜요) 생각해보니까 진짜 별 얘기 다했네 드라마 얘기도 하고..부모님 얘기도 하고..my memories 노트에 우리 셋이 쓸 공간도 만들어주셔서 체크아웃 하기 전에 감사 인사를 적고 나왔다. 그리고 같이 간 동료가 숙소 좋았다고 많이 기뻐해서 나도 괜히 같이 기뻤다..집 옥상에 토끼가 있었음.



평화로운 동네..그리고 알수없는 우사기들..
셋째날에 발표였기 때문에 둘째날에는 여기저기 나다니면서 발표 준비를 했다. 동료 한 명이랑 발표 준비한다고 같이 다녔는데 사실 거의 놀았다..발표 임기응변이지 뭐..구제옷가게에 같이 갔는데 좋은 옷들이 대부분 4500원정도 하길래 한국 구제옷들의 가격을 반추해 보았다.. 서울에 살 이유가 뭐가 있을까



교토역 근처에 라신반 있길래 동료랑 같이 구경했다. 이 동료는 항상 오타쿠가 되고싶다고 말하는데 분명 이사람은 다른 지점에서 이미 광기에 가까운 오타쿠성을 가지고 있다. 밖에 있다가는 정말 발표준비 안할 것 같아서 오후 서너시쯤 숙소에 틀어박혀 발표준비를 했다. 마트밥을 하며..일본 마트 정말 싸고 생활물가 관리 굉장히 잘되는 것 같아서 부러웠다. 물가상승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는건가? 어떻게 이렇게 싸지


정말 끔찍한 동인지를 찾아버림
그 다음날은 아침 일찍 학회장으로 가서 발표하고 동료 발표 듣고 패널 세션 듣고 그랬다. 발표는..어찌저찌 잘 했다 헤헤..질적연구만 발표하다가 양적연구 처음 발표해 봤다. 근데 사실 나는 양적연구..에 여전히 애정이 별로 없고 그래서 내 발표에도 딱히 애정이 없었다ㅋㅋㅠㅠ그래서 그런 나의..무관심한 마음이 발표에 드러났을까봐 좀 걱정이 되긴 했다. 이번에 간 학회는 사회학회는 아니어서 들은 다른 발표들중 접근법이 좀 낯선 발표들이 많았는데, 정말 좋은 자극이 됐던 것 같다. 사회학에서 전혀 다루지 않아 왔지만 사회학으로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주제들도 많았다. 국내학회든 해외학회든 학회 갈 때마다 사람들이 몇년씩 진심으로 준비해 온 연구들이 백개 언저리씩 있으니까.. 이번엔 특히 사회학 분과 내에 있으면서 잘 보지 못한 연구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정책학이나 사회복지학과 교수님들이 많이 오시는 학회라..장애 관련 연구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어서 새로운 분들과많이 만나고 연락처도 교환했다. 열심히 해야지..



학회장 학회밥
아 졸려 지금 공항열차 기다리고 있는데 개졸리다..요새 잠을 잘 못잔다. 어제도 11시쯤 자서 12-3시 깨어있다가 다시 잠들고 6시에 일어났다. 학회 일정 마치고는 나라현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어서 킨테츠(近鉄)선 타고 움직였다. 국제회관-교토-나라/오사카/고베를 잇는 광역의 전철이 있어서 간사이 내에서 이동하기 굉장히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이 노선을 따라 움직였다. 교토역에서 킨테츠선 타고 나라로 움직일 때 사이에 우토로마을과 우지(宇治)시가 있다. 우토로마을에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하필 가려 한 날이 기념관 휴일이어서 포기하고 근처의 우지시만 둘러봤다. 우지시는 녹차가 유명하다. 근데 휴대폰 배터리가 2퍼센트 남아서 밝기를 아예 끄고 사진찍었더니 뭔가 사진이 이상한 것 같긴 하다..우지역에서 내려서 안내판 따라서 걸었다. 뭘 봤더라..녹차 관련 매장들이 많았는데 사실 카페에 큰 관심이 없어서 말차 섞는 그..무슨 솔같은거 하나 사고(커피에 하면 샤케라또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사랑 내천을 슬렁슬렁 구경했다.


우지시의 내천(이름모름)
원래 뵤도인에 가보고 싶었는데 좀 늦게 갔더니 문 닫으려해서 그냥 안들어갔다. 여행가서 열심히 좀 찾아보고 다녀야 하는데 그냥 가서 안되면 말고 식으로 돌아다니니까 좀..많이 돌아다니기는 하는데 뭘 구경한다기보단 그냥 슬렁슬렁 걸어다니기만 한다. 우지시는 평화로웠다. 좀 웃기지만 진짜 옛날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오래된 시골 동네같았다. 강 건너가니 관광객도 별로 없고 운동부 학생들이 부활동하는지 동네를 무리지어 뛰고 있었다. 돌아다니다가 산길로 들어서서 빠져나오질 못했는데 어찌저찌 걷다보니 우지신사가 나왔다. 근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사람이 진짜 없었는데 꽤 깊은 곳에 있어서 정말 뭔가가 살 것 같았다..오니같은거..라쇼몽같은 분위기가 났다

두세시간 동네 구경하면서 한참 걸어다니다가, 휴대폰 꺼지면 나라현까지 길을 못찾을 것 같아서 후다닥 움직였다. 근데 가다가 결국 꺼져서 아무 프랜차이즈 가게에 들어가서 뜬금없이 철판요리를 먹으면서 충전했다. 근데 뭔가 그 민가만 있는 동네의..역사 앞 치과 건물 1층에 있던 프랜차이즈 철판요리 가게가 이상하게 자꾸 기억에 남는다. 한적하고 완전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지는 느낌이 좋아서 자꾸만 그런 곳을 찾아가게 된다..


결국 근데 꾸물거리다 체크인 픽업 시간에 늦어서 나라 숙소 집주인이 두번이나 역앞까지 왔다갔다 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ㅎㅎ..좀 짜증내셨는데 머 어쩌겠어요 초행길인데 30분쯤 늦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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