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4-17. 나라-오사카

이제 집에 왔다! 여행이 4박을 넘어가면 꼭 위탁수하물 신청을 하자는 교훈을 얻었다..

부러 나라시에 이틀을 머문 건 국회도서관 간사이관을 가기 위함이었다..ㅎㅎ국회도서관 간사이관은 나라현에 가까운 교토현에 있다. 근데 교토 시내보다 나라 시내에서 훨씬 가까워서 나라시에 숙소를 잡는 편이 나아 보였다. 그래서 아야메호수(菖蒲池) 근처의, 나라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도서관 가기에는 위치가 괜찮은 조용한 민가의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전통적이었던..아마 평소에 하숙을 놓으시고 비는 기간에 에어비앤비를 받으시는 것 같았다. 일본 근대문학에 나오는 소설가들 월세내고 사는 방 같았다. 엄청 낡은 독채에 방 두개가 있어서 웬 캐나다인 포닥 남성이랑 둘이 독채를 쓰게 됐다(좀 힘들었음). 비가 오니까 다다미에서 곤충이 하나둘 나오더라..습한 날씨엔 다다미 관리 어떻게 하실지 궁금했다. 안..안하시는 것 같기도

나라는 초등학생 때 한 번 왔었는데,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사슴이 많다는 것 정도만 알고 어딜 가야할지 찾아봤는데, 하루면 유적지들은 거의 다 볼 수 있는 듯 했다. 자전거를 빌려서 다닐 수도 있었는데, 햇빛이 너무 뜨겁기도 했고 구경다니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기도 해서 그냥 계속 걸어다녔다.

나라시 관광지도! 자전거 코스가 잘 나와있다

저녁에 체크인을 하고 그 다음날 일어나서는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갔다. 출발하기 전에 오랜만에 아침 챙겨먹겠다고 우지에서 산 와라비모찌를 먹어봤는데, 어..식감이 애매했다. 맛있으면 친구들 사주려 했는데 뭔가 단데..달고 고소한데 어..잘 모르겠다.

액체괴물같은 와라비모찌

도서관은 지하철 타고 가면 40분정도 걸리는데(도서관이 정말 외곽에 있어서 이 숙소가 가장 대중교통으로 가기 괜찮은 위치였다), 운좋게 집주인에게 포착(?)되었고 집주인이 차로 15분만에 데려다줬다..자기도 국회도서관 좋아한다면서ㅎㅎ건물이 무슨 공항같이 생겼더라..도쿄관은 약간 행정기관 건물같이 생겼었는데 간사이관은 현대적인 외양이었다. 내부는 사진 금지라 못찍었지만, 내부도 엄청 현대적으로 꾸며져 있어서 신기했다. 약간 초거대 은평구립도서관같음 ㅁ자 구조도 그렇고

일본국회도서관에 가면 주로 정신장애 운동 관련 기사나 논문이나 통계 등등을 슬렁슬렁 찾는다. 의외로 옛날 운동이라ㅠ자료를 찾기가 어렵고, 국회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 검색과 원격복사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원격복사를 하려면 이 책 내용과 목차를 알아야 하는데 대부분 자료 검색을 통해서는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일본에 오면 이것저것 가마할아범처럼 긁어모으게 된다..일본국회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받고, 복사하는 과정은 매번 느끼지만 꽤 복잡하다ㅠ일단 ndl 자료검색 페이지(https://ndlsearch.ndl.go.jp)에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고 자료가 도서관에 있으면 이용 신청을 한다. 그러면 15분정도 지나면 ndl 처리상태가 완료로 바뀌는데, 그러면 회원증을 가지고 서가 중앙의 카운터로 가서 책을 받으면 된다. 그리고 빌린 책에서 복사할 부분을 확인하고, 다시 ndl 사이트에서 그 책의 당일복사를 신청한다. 신청한 후에 근처에 있는 프린터기에 회원증을 대면 알아서 당일복사 신청지가 인쇄된다. 신청지에 복사할 페이지를 적고 복사 카운터로 가서 책과 함께 제출하면 또 한 15분 이후에 ndl 사이트 처리상태가 완료로 바뀐다. 그러면 다시 카운터로 가서 인쇄물과 책을 받고 결제를 하면 되는데, 신용카드 결제는 안되고 현금이나 교통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a4 한장에 27.5엔인가..꽤 비싸다ㅠㅠ하여간 이번에도 이렇게 자료들을 긁어모으고..잠깐 앉아서 이거 기말페이퍼에 어케 써먹을까 궁리하다가 도서관 밥도 먹고 또 좀 끄적거리다 나왔다. 밥이 4000원 돈이었는데 맛있었다..헤헤..

개관 시간에 맞춰 갔다가 두시쯤 나와서 나라 시내를 구경하러 갔다. 킨테츠 나라역 주변에 뭔가 많길래 사슴 인형같은 것들을 구경하며 걷다가 애니메이트..구경하고..

ㅋㅋ애쉬 그리고 약사의혼잣말!

역에서 한 방향으로 20분쯤 걷다보니 나라공원이 나왔고 사슴이 많았다…진짜 좀 궁금하다 이 사슴들 왜 여깄을까..근데 딱히 찾아보지는 않았다. 일부러 여기 둔거면 슬퍼질 것 같아서..미야지마에도 사슴이 많았는데 나라의 사슴이 더 큰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손을 엄청 탔는지 잠깐 공원에 앉으니까 정말 리터럴리 고개를 꾸벅거리며 인사를 하면서 다가왔다. 옆에서 센베이를 사서 줄 수 있다는데 다른 사람들이 많이 줬을 것 같아서 나는 안샀다ㅎㅎ..그리고 윤리적으로 괜찮은 일인건지? 판단을 잘 못하겠다

사슴도 인상적이었지만 사실 그 옆에 있던 나라국립박물관이 정말 좋았다. 불상관이 따로 있어서 봤는데, 나라-헤이안 시대의 온갖 불상들이 모여있었다. 설명도 잘 돼있어서, 불상 구별 잘 못하는데 하나하나 읽으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일단 너무 아름다워서 경탄하면서 보게되는..사진은 몇몇 불상들만 찍게 되어 있었다. 그 시대에 불교는 뭐였을까..뭐였길래 무수한 자원을 들인 동상들이 이렇게 많이 탄생했을까..묘하게 신라나 백제 불상 느낌 나는 불상들도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불교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던 사람이었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쉬웠다..

아름다와..

또 뭐했지..일단 나라역에 내려서 걷기 시작하면 걸으면서 보이는 것들을 보면 되는 것 같다. 공원 옆에 만엽식물원도 있고(시간이 늦어 안들어갔다), 역에 가까운 쪽에는 고후쿠지라는 거대한 절도 있다. 슬렁슬렁 걷다가, 집주인이 저녁 같이 먹자고 했어서 7시쯤 숙소 근처로 돌아갔다. 평소엔 락토오보 채식을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뭔가를 먹게되면 딱히 거절을 안해서 집주인 부부랑 같이 집 쓰던 캐나다인이랑 넷이 스시로라는 회전초밥집에 갔다. 어..날생선 정말 오랜만에 먹었고 맛있고 진짜 쌌지만 결국 체해서 밤새 구토했다ㅠㅠ아 근데 밤에 계속 토하는데 캐나다인이 자꾸 와서 자기 논문이랑 요새 읽는 책 얘기해서 화가 좀 났다..나는 대화 지분분배를 못하는 3-40대 남성이 싫다 정말정말정말로..다시 생각하니 머리아프네ㅋㅋㅠㅠ아 근데 진짜 백인 남성성 뭘까..

이젠 보기도 싫어 우앙..ㅠ

니콜라스 및 구토 문제로 혼란의 밤을 보내고 아침에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성공회 성당 미사에 갔다. 성당도 나라시 중심 구경거리들이 모여 있는 킨테츠 나라역 근처에 있다. 강화성당처럼 현지 건물에 성당을 지은 듯 했는데, 외양도 내부도 정말 예뻤다. 일본 성공회 성가는 처음 들어봤는데 일본 곡조가 굉장히 좋았다..성가 책을 하나 살 수 있으면 사고 싶었는데 아마 성당에서 팔지는 않는 것 같아서? 미사 본 후에 그냥 신부님이랑 다른 몇몇 신도 분들과 인사만 나누고 나왔다. 미사 보는데 앞자리에 한 아이가 계속 종이접기를 하고 있어서 귀여웠다..눈인사를 계속 했는데 모두 무참히 무시당했다ㅎㅎㅠ

성당이 있는 아케이드를 걸어 나오면 나라시에서 가장 유명한(집주인 말씀..) 모찌 가게가 있다. 뭔가 유튜브로 떡 만드는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그런 퍼포먼스를 하고 있지는 않았고 사람이 무척 많았다. 갓 만들어서 따뜻한 떡을 입에 물고 짐을 챙겨서 오사카로 내려갔다.

나라역에서 오사카 남바역까지는 전철로 3-40분 걸린 것 같다. 교토와 나라를 보다가 오사카 한복판에 떨어지니 적응이 안됐다ㅋㅋㅠㅠ하..홍대입구..그리코 간판을 지나서 걷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도무지 못버티겠어서 호텔 근처 아무 카페에 들어갔다. 근데 사장님이 한국분이셔서 대화를 하고..사회성 발휘 좀 하고..금방 다시 나왔다..ㅋㅋㅠㅠ

웃기지만 3시 땡 하고 호텔 체크인해서 8시쯤까지 방에 박혀서 혼자 책읽고 유튜브보고 놀았다..ㅋㅋ사람 많은거 견딜 수 없음..ㅠ저녁에 그래도 마지막 밤이라고 아쉬워서 신사이바시역 근처의 점프샵을 구경갔다. 딱히 산건 없지만 사카모토데이즈 입간판 구경하고..사카데이 굿즈 언제쯤 좀 많이 나올까 원화굿즈 많이 낼만도 한데 아직은 영 살게 없다. 밤에도 도톤보리는 미친듯이 사람이 많았다 걷기 힘들 정도로..초등학생 때 한 번, 중학생 때 한 번 도톤보리에 온 적 있었는데 그 때는 해외여행이 거의 처음이고 해서 뭘 보든 신기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사람 많은 것도 잘견뎠고..여기저기 다니면서 타코야끼 먹고 그랬는데 이제는 못하겠더라ㅠ그래도 밤 거리가 반짝거려서 예뻤다

저 다리 위에 사람 많은거 봐 미쳤나봐 진짜

월요일 아침이 되니 도시 전체가 한적해졌다. 사람 없는 도톤보리가 또 신기해서 슬렁슬렁 걸어다니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남바역에서 북쪽으로 지하철역 세 역 거리쯤 걸어가면 나카노시마(中之島)라는 길쭉하고 작은 강 위의 섬이 있다. 공기관 건물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건물들이 다 20세기 초반 즈음에 지어져서 약간 덕수궁 석조전스러운 멋이 있었다(이거 다 식민지배해서 지었겠지?ㅎ). 시청도 있고 오사카부립도서관도 있고..도서관을 지나칠 수 없어서 들어가서 한참 구경했다. 근데 열람실..이 아마 없는 것 같고 대출만 되는 것 같았다. 전시도 학생들 미술 전시랑 역사 전시 등등 다양하게 있었다.

오사카 시청(왼쪽 건물)

제국스러운 도서관 건물..멋지지만 정말 안미워할 수가 없다

조금 더 걸어가다보니 안도타다오가 만들었다는 어린이도서관인 어린이책의 숲이 있었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멋진 건물이었다..내부도 멋지다는데 월요일이 휴관일이라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갑자기 지도교수님이 정영선 전시 보러가라고 뜬금없이 톡방에 올린거 생각남ㅋㅋ근데 진짜 가봤는데 정말 문서가 너무 많아서..문서 전시를 안좋아해서 그냥 옆에 있던 가변성 전시를 좀더 열심히 보고 왔다. 문서 전시의 의의는 어디에 있는걸까? 관련된 논의가 있을지 궁금했다. 책으로 읽는거랑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문서의 배치와 그 공간을 거닐며 생기는 어떤 물리적이고 특수한 경험이 있겠지만, 그런 경험 자체를 즐기지를 못해서(다리아픔) 아직까지 매력을 잘 모르겠다.

이만치 구경하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 걸어 남바역까지 내려갔다. 가는 길에 보니 신사이바시역 쪽에 구제 옷가게가 엄청 많더라..시간도 있어서 한참 구경했는데 막상 사려니 수하물 무게가 걱정돼서 아무것도 사지는 못했다. 힙한 옷이 엄청나게 많아서 소연이 생각이 났다. 소연이는 오사카 와서 여기 구경을 한참 했겠지? 물어봐야겠다..카페에 앉아서 발제 준비하다가(내일 당장 발제임..) 공항에 일찍 가는게 나을 듯 해서 공항으로 갔다. 남바역에서 OCAT 표지판을 계속 따라가다보니 공항버스터미널에 갈 수 있었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 가능 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아있었다ㅋㅋㅠㅠ공항에 일찍 가는 습관..좋지만 뭔가 억울하다 여행지에서는..전에 베트남 갔을 때 늦게 가서 다른 문제가 생겨 한번 못 탄 경험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좀 과하게 일찍 다닌다..출발 서너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하도록ㅋㅋㅠㅠ학회 간다고 간거였지만 꽤 길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경험들이..어떤 특권적 위치를 만들어낸다는 죄책감을 자꾸만 갖게되기는 하지만(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걸 당연시 여기게 된다거나..) 하여간 또 즐거운 건 즐거운 것이었다. 5박6일 하염없이 걷는 시간 동안 보니 생각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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