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5.

책 다읽고 공부 시작하기 싫어서 쓰는 글(학기 망함)

지난주부터 읽은 두 책이 정체성 개념을 다루고 있었다. 디디에 에리봉은 수치심과 정체성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수치심이 정체성을 만들고 그 수치심을 재전유하여 주체적 입장에 선다는 이야기들은 익숙했지만, 그 수치심이 발화와 호명 이전부터 존재한다는 생각은 새로웠다. 생각해보면 당연한건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음..이미 일상적 실천과 학습으로 구성된 사회적 프레임이 존재하고(사회구조 속에서 ‘게이됨’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배우고), 그 후에 직접적인 호명이 이뤄질 때(남들이 나를 보고 게이라고 부를 때) 이미 존재하던 수치심은 확인되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하이니히의 삼원적 정체성 개념을 적용하면 더 섬세한 분석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리봉의 설명은 자기인식의 측면을 생략한 느낌이었고, 하이니히의 설명은(축약된 책을 읽어서 그런것같긴 한데) 자기인식을 만들어내는 상호작용 과정을 생략한 느낌이었다. 에리봉이 말한 ‘호명 이전의 과정’은 단순히 사회적 프레임 형성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사회적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그 프레임과 상호작용하면서 자기 인식(내적 느낌+명명과 소개를 거치며 형성된 느낌)과 수치심이 생겨나고, 호명(명명)이 이뤄지고, 존재하던 수치심을 확인하고 여기에 대응하고(수치심을 재전유하기 위해선 자기 인식을 그대로 소개에 반영하고, 수치심을 드러내지 않거나 혹은 덜 느끼기 위해서는 자기 인식을 소개와 불일치시킬 것이다)…

대충 이런 도식이 나올 수 있을까..? 근데 사실 표를 잘 못만들어서 이정도로 만들었는데, 호명전과정-호명-호명후과정은 순환적이고 그래서 시간적 선후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봐야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미 호명 전 과정에는 사회적 프레임(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호명에 대한 학습), 명명/소개가 준 자기 인식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호명 전 과정사회적 프레임 ↑(상호작용)↓ 자기인식(=순전한 내적 느낌+명명/소개가 준 느낌)​=> 수치심 또는 자긍심의 형성
호명수치심 또는 자긍심 확인
호명 후 과정자기 긍정1. 수치심의 재전유2. 자긍심 수용자기 부정1. 수치심 내재화, 비가시화2. 지나친 겸손(자긍심 부정)

내가 관심이 있는건 저 호명 전 과정에 제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이다. 아마 저 도식에선 사회적 프레임에 포함이 되겠지..? 아무튼 논문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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