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의 이미지. 몸의, 정신의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일레인 스캐리에 따르면 고통은 세계와 나를 단절시킨다.
첫째로, 고통은 나의 몸이라는 ‘영토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격동이다. 나의 몸은 나 자체이기 때문에 나는 그 고통을 모를 수 없다. 나는 고통에 매몰되며, 바깥 세상의 모든 것들을 요식행위라고 생각하며 벗어던진다. 하지만 나의 영토 밖에 있는 이들은 그렇지 않다. 타인은 어떤 노력을 해도 나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비슷한 종류의 고통을 겪은 이도 마찬가지이다. 고통에 대한 기억은 고통 자체가 아니다. 기억에 대한 이미지가 기억 자체가 아니듯이(요나스 메카스). 고통에 대한 기억은 현행하는 고통과는 별개의 물질이다. 그 기억은 눈 앞에서 고통을 겪는 이의 고통 자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둘째로, 고통은 언어로 표현될 수 없으며, 고통은 끝내 언어를 파괴한다(일레인 스캐리). 나는 나의 고통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고통은 언어로 분절되지 못한다. 이미 깊은 곳 끝까지 침투한 무언가를 어떻게 잘라 내뱉을지 알 수 없다. 제대로 분절되지 못한 말들은 타인에게 가닿는 순간 의미 없는 음성이 된다. 특히 그 타인이 고통을 분절하는 것의 어려움에 익숙하지 않다면 더 그렇다. 고통은 서사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아주 짧은 스냅 이미지의 무한한 연속에 가깝다. 이런 성격을 표현하려는 나의 말은 타인에게는 횡설수설함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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